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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자의 슬픔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01-10-04 (목) 23:31 조회 : 1304
나를 사랑하는 자의 슬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는 다른 이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을 사랑하다 슬픈 운명을 맞이한 사람이다. 숲 속 요정 중에 에코가 있었다. 그녀는 아름답고 총명했으나 수다가 심했다. 어느 날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바람기 심한 남편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제우스가 요정들과 놀고 있지나 않나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에코가 제우스와 놀던 요정들이 다 달아날 때까지 헤라를 붙들어놓고 수다를 떤 것이다. 이 계략을 알아차린 헤라는 에코에게 벌을 내렸다. "너는 네 혀로 나를 속였다. 이제 너는 대답하는 말 이외에는 말을 할 수 없다. 남이 말한 뒤에는 말을 할 수 있으나, 남보다 먼저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벌을 받은 에코는 어느 날 숲 속에서 나르키소스를 보았다. 아름답고 날쌘 청년을 보고 에코는 사랑을 느꼈다. 에코는 자기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나르키소스는 사냥하던 동료들과 헤어지게 되자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 누구 있어요?"

에코는 너무나도 반가와 그의 말을 이어받았다.

"있어요-- 있어요--"

"이리 와요."

에코는 또 따라했다.

"이리 와요--"

에코는 자기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나르키소스는 에코를 비웃었다.

"너 따위와 어울릴 바에는 죽는 게 낫겠다."

에코는 슬프고도 부끄러워 몸을 숨기며 또 그의 말을 되뇌였다.

"죽는 게 낫겠다--"

그때부터 에코는 동굴 속이나 깊은 산 속 절벽 가운데서 살게 되었다. 그녀의 몸은 슬픔 때문에 야위어 사라져 버리고 목소리만 남았다. 에코의 사랑을 무시한 나르키소스는 그 뒤에도 몇몇 처녀의 사랑을 무시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을 하던 나르키소스는 목이 말라 샘물을 찾아왔다. 몸을 굽혀 물을 마시려던 그는 물 속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그는 물에 비친 그림자가 숲 속에 사는 물의 요정인줄 알고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자기 모습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는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고 샘물 곁을 서성였다.

"아름다운 이여! 왜 나를 피하는가? 많은 요정들이 나를 사랑하고 따랐는데……. 내가 미소 지으면 당신도 미소 짓는 걸 보니 나를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왜 나를 피하는가?"

그는 물 속의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떨구었다. 그러면 그 모습은 파문을 일으키며 사라져 버렸다. 사랑의 불꽃 때문에 나르키소스는 점점 기운을 잃었다. 얼굴은 초췌해지고 힘도 빠졌다. 그리고 마침내 혼자 가슴을 태우다 죽고 말았다. 그가 죽은 자리에는 수선화 한 송이가 피었다.


◈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산이나 동굴에서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가 대답한다. 에코는 메아리라는 뜻이다. 수선화도 나르키소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모두 이루지 못한 사랑에서 빚어진 이야기다.

남의 사랑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여기다가 '나'를 사랑하게 된 나르키소스의 비극은 사랑이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찾지 못한 사람이 겪는 비극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만큼의 무게 이상으로 남을 사랑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자기 모습을 사랑해야 할 누군가로 착각하여 사랑의 병에 걸리고 만다.

자기 자신을 과신하고 자기를 최고라 여기는 사람들을 흔히 나르시시즘에 빠졌다고 말한다. 그것은 마음의 병이다. 자기를 사랑하고 존중해야겠지만 그 사랑이 안으로만 향할 때 나르키소스처럼 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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