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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01-10-04 (목) 23:34 조회 : 1157
우리 어머니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는 못하는 일이 없으셨다. 커다란 옷을 우리 몸에 맞춰 줄여 입히는 일에서부터 털실로 겉옷을 짜고 가방을 만들어 주고 몇 가지 안 되는 양념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일까지 그냥 눈썰미 하나로 해냈는데 그 모두가 만능이었다. 몸은 약하였지만 힘은 천하장사이기도 해서 우물가에서 물을 길을 때도, 커다란 보퉁이를 머리에 이고 올 때도 어머니가 하는 일은 그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처럼 쉬워 보였다. 커다란 농 따위를 옮기실 때도 어머니는 쓱싹 해내곤 하셨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늘 입으로 달고 사는 나보다도 더욱 구체적으로 이웃과 끈을 맺고 사셨으니, 장이 익으면 익은 대로 사람들한테 퍼주고 별미라고 빈대떡이라도 부치는 날은 잔칫날이기도 하였다.
나도 크면 자연스럽게 어머니처럼 무엇이든지 척척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우러러보던 어머니를 중학교에 가면서 슬쩍 눈 아래로 보기 시작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어머니는 영어를 못하셨다. 어려운 수학 문제는 더욱 못 풀었다. "에이, 이런 것도 몰라!" 그때 내가 곧잘 어머니한테 내뱉던 말이다.
나는 정말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다. 우리 어머니는 디자이너가 아니었는데도 곧잘 옷을 지어 우리에게 입히곤 하셨다. 요리사가 아니었는데도 곧잘 음식을 맛있게 해주셨다. 거창한 이름의 실천가가 아니었어도 이웃과 살풋한 정을 나누실 줄도 알았다. 그저 몸으로 체득하여 그대로 따르며 사셨다.
[공동선](97년 1·2월호)에서

◈ 생각해 봅시다
지식을 체득하고 삶을 배우는 길은 책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나눔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지식 또한 우리 삶을 살찌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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