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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야기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01-10-04 (목) 23:26 조회 : 1143
발이야기

2백만 년 전, 인류의 진보를 알리는 위대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인류 최초의 조상이 발만으로 땅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앞발은 땅에서 해방돼 뜻대로 세상을 조작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그리고 인간은 그 앞발을 이용해 세계를 정복했다. 앞발의 이런 성공은 뒷발의 희생 때문에 가능했다. 인류가 발에 얼마나 많은 신세를 지고 있는가는 여러 통계들로 입증된다. 사람이 1km를 걸을 때마다 발은 16톤의 무게를 지탱한다. 게다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발은 땅에 닿는 충격 때문에 20% 정도의 하중을 더 받는다. 체중계 앞에 그냥 서 있으면 70kg이지만, 한발을 내딛기만 해도 84kg의 무게가 발에 실리는 것이다. 사람이 일생에 발을 땅에 부딪히는 횟수만 해도 1억 번 이상이다. 사람이 평생 걷는 거리는 지구를 4바퀴 반 도는 것과 맞먹는다. 이런 엄청난 막노동을 견디기 위해 발은 경이로울 정도로 복잡한 얼개를 갖고 있다. 발에는 26개의 뼈와 114개의 인대, 20개의 근육이 있다. 7천2백여 개의 신경이 뼈와 인대, 근육을 거미줄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장치와 균형을 이뤄 무릎과 허리, 뇌에 전달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발의 이런 구조를 가리켜 '공학의 최대 걸작품'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발은 그 구실이나 중요성에 비해 신체의 다른 기관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끔찍하게 남용되고 천시돼온 편에 가깝다. 오래 전부터 발은 숨겨야 할 것, 더러운 것으로만 치부됐다. 울퉁불퉁한 길을 걷든, 하이힐을 신든, 통굽 구두를 신든 혹사되는 것이 발의 당연한 운명인 양 받아들여졌다. 우리 대부분은 손은 소중히 여긴다. 잘 씻고 크림도 발라 주며 예쁘게 다듬기까지 한다. 그런데 발은 양말 속에 가려 있기 때문인지 함부로 다룬다. 편안한 신발 대신 높은 굽의 구두를 신기도 하고 땀을 잘 흡수하는 양말 대신 겉모양만 그럴듯한 양말을 신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발을 잘못 다루면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기도 하고 수명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발이 피곤하면 관절, 허리, 목 따위의 신체 모든 부위에 무리가 생기고, 결국은 온몸에 노폐물이 쌓여 장기의 노화를 재촉한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발의 각 부위가 오장육부와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머리에 해당하는 엄지발가락 몸통 부분이 상처를 입으면 두통이 생기게 되거나 뇌의 활동의 저하된다는 것이다.

1997. 7. <한겨레 21> 기사에서

◈ 생각해 봅시다

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묵묵히 일하면서도 천대받는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발의 건강과 함께 우리 사회의 발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발이 우리 몸을 지탱해 주듯 우리 사회를 지탱해 주는 발 같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분들의 고마움을 모른 채 지나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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