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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석동(隱石洞)의 정여립(鄭汝立)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02-08-14 (수) 14:04 조회 : 1451
3. 은석동(隱石洞)의 정여립(鄭汝立)
발원지를 떠난 전주천은 만마관(萬馬關) 골짜기를 통과하면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한데 합쳐져 급한 물살을 이룬 채 전주 쪽을 향하다가 색장동(塞墻洞) 어름에 다다른다. 원색장 마을,죽음(竹陰)마을과 함께 색장동을 구성하는 은석골 앞에서 전주천은 비로소 제 성깔을 누그러뜨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명문장인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는 일찍이 이곳을 가리켜, 일곱 정자 아랫마을은 만 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역사 속의 인물 정여립의 비극이 깃들여 있는 곳이다.
정여립은 선조 시대 기축옥사(己丑獄事)의 원인 제공자요 모반자로 관에서 편찬한 역사서 등에 기록된 인물이다. 그 때문에 전라도가 역향(逆鄕)이라는 세간의 그릇된 선입견에 한 가지 근거를 추가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후세의 사가나 연구자들은 여러 가지 상황 증거들을 들어 정여립이 진정으로 역성혁명을 꿈꾼 모반자가 아니라 송익필(宋翼弼)의 날조된 해서고변(海西告變)에 의해 억울하게 파멸당한 붕당정치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의 남달리 명석한 두뇌와 타고난 통솔력이 그를 권력집단 사이에서 모난 돌로 비치게끔 만들었고, 결국 모난 돌이 정을 맞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인백(仁佰) 정여립은 전주의 남문 밖 자만동에서 익산군수를 지낸 정희증(鄭希曾)의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570년 (선조 4년)에 문과에 급제한 후 서울에서 율곡 이이, 우계 성혼 등 당대 석학들의 문하를 출입하면서 경사(經史)와 제자백가(諸子百家)에 통달해 있는 해박한 지식을 일찍부터 인정받았다.
1580년(선조 14년)에 예조좌랑, 1583년에 홍문관 수찬(修撰)벼슬에 올랐으나 정여립은 당파싸움의 틈바귀에 끼여 울적한 나날을 보내다가 결국 벼슬길을 버리고 료세의 젊은 나이에 전주로 낙향했다. 그는 고향 마을에서 가까운 죽음마을 앞 파수대(把手臺)에 거처를 정한 다음 산천경개를 벗삼으며 후학들에게 경학을 가르치는 일로 소일했다.
그 후 조정의 부름을 받고 다시 상경한 정여립은 재차 홍문관 수찬이 되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갈수록 우심해지는 당파싸움에 염증을 느긴 나머지 또다시 벼슬길을 버린 채 낙향하고 말았다. 낙향 후 그는 진안의 죽도에 은거하면서 제자들을 길렀고, 그의 문하생들은 그를 가리켜 '죽도선생' 이라불렀다. 또한 그의 높은 성망( 聲望)을 듣고 사방에서 모여드는 강호의 명사 및 인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여 신분의 귀천을 두지 않고 사귀기 위해 그는 '대동계' (大同契)를 조직하기도 했다. 바로 그 대동계원들이 매월 보름날 한자리에 모여 말을 달리고 활을 쏘고 창과 칼을 쓰며 호연지기를 기르던 곳이 바로 은석골을 중심으로 파수대, 관혁봉, 만궁봉 등을 아우르는 일대 이다.
정여립의 대동계는 1587년 왜구가 전라도 해안지방을 침노하여 노략질을 일삼을 때 전주판관 남언경을 도와 왜적을 물리치는 데 공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항간에 구전되던 '목자망 전읍흥' (木子亡 奠邑興)의 도참설과 함께 그의 대동계 조직은 조정에서 그에게 역모의 혐의를 씌우는 데 결정적인 증거로 악용됨으로써 그를 결국 파국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일세의 풍운아 정여립은 은석골 파수대에서 갈고 닦은 경륜을 나라를 위해 제대로 한 번 펴보지도 못한 채 역모의 수괴로 몰려 쫓기다가 1589년(선조 23년) 진안 죽도의 농막에서 그 파란 많았던 생애를 자결로 끝맺고 말았다.


- 윤흥길의 전주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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