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

총 게시물 25건, 최근 0 건
   

떡전거리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02-08-14 (수) 14:44 조회 : 2250


떡전거리
천변을 따라 북향하던 서천로가 방향을 꺾어 시내로 들어서는 초입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자리잡고 있다. 거기서부터 출발 하여 신성주유소 옆 골목을 거쳐 종합경기장에 이르는 길을 온고을 사람들은 예부터 '떡전거리'라 불러 버릇했다. 수많은 떡장수들이 모여 길거리에다 떡전을 벌였던 데서 비롯된 이름 이다.
옛날에 이 떡전거리는 전주를 통과점으로 정하고 전라좌도쪽에서 상경길에 오르거나 한양으로부터 전라좌도 쪽으로 하 향길을 잡아 내려오는 나그네들이 필히 거치지 않으먼 안되는 교통의 요긴목이었다. 숲정이를 거쳐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는 선비들의 발걸음이 분주했을 것이고, 온갖 장사치들의 행렬이 연락부절로 오갔을 것이고, 배소로 향하거나 배소에서 풀린 죄인들의 비분 또는 감개의 눈물이 길바닥에 뿌려졌을 것이고, 볼일이 있어 멀리 한양을 출입하는 수많은 백성들의 땀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졌으리라.
판소리 <춘향가> 속의 이몽룡이 장원 급제하여 암행어사를 제수받고 전라감영으로 잠입할 당시 선택한 행로 또한 이 길이다. 한양을 떠난 어사또 이몽룡은 북쪽에서부터 봉동의 통새암,삼례, 한내의 주엽쟁이, 덕진의 가리내와 심금정 등을 차례로 거쳐 전주시내로 진입한 다음 다시 숲정이와 공북루와 서문을 지나 남문에 오른 것으로 나와 있는데,숲정이를 지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곳이 바로 떡전거리인 것이다. 어쩌면 다른 나그네들과 똑같이 이몽룡 또한 거지 행색으로 어사의 신분을 감춘 채 잠행중이던 그때 당시 이 떡전거리에서 어느 떡장수 아낙네로부터 떡을 사먹거나 동냥을 했을지도 모른다.
몇날며칠을 두고 먼길을 터벅터벅 걸어 목적지를 향하자니 뱃구레는 얼마나 출출하고 발바닥은 또 오죽이나 부르터 아팠겠는가. 그런 판에 때마침 떡전거리를 만난 나그네의 심정은 아마도 저승에서 부처를 만난 것만큼이나 깜짝 반가웠을 것이다. 자빠진 김에 쉬어 가듯 떡전거리 지나는 김에 지치고 배고픈 수많은 나그네들이 떡전 앞에 퍼질러 앉아 너도나도 떡사먹기에 한바탕씩 고부라졌을 것이다. 더군다나 온고을은 쌀농사의 본고장에 음식 솜씨 그만이기로 유명한 곳인지라 떡전거리의 떡맛이 워낙 기가 막히기로 소문이 자자한 데다가 고장 특유의 푸짐한 인심까지 거기에 덤으로 얹혀졌을 터이니 노상에서 나그네가 시장기를 달래기에 이보다 더 알맞은 데를 찾아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떡 찾는 입들이 많은 곳에 떡장수들이 몰려들 건 당연한 이치이다.
여느 장터들이 장날을 정해 정기적으로 열리는 것과는 달리 떡전은 길을 오가는 나그네들의 발걸음이 있는 한 언제나 문을 열고 있었다니 이를테면 전주 떡전거리는 상설 전문시장의성격을 띠었던 셈이다.
옛날 시장한 나그네들을 위한 떡전거리가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지금은 장거리 여행을 도모하는 승객들을 위한 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서 있으니 우연의 일치치고는 참으로 묘하다. 요즘도 터미널 주변에서는 떡전과 자리바꿈을 한 음식점들이나 숙박업소들이 솔찮이 몰려 있어 배고프고 지친 나그네 손님들을 기다리는 모양을 볼 수 있다.

- 윤흥길의 전주이야기 중에서 -

☞특수문자
hi
   

총 게시물 25건, 최근 0 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  전주 동헌 풍낙헌 관리자 09-04 1639
24  전주객사 풍패지관 관리자 09-11 2679
23  이목대 관리자 06-29 2969
22  전주의 지명 여행 관리자 06-29 2726
21  콩나물국밥 운영자 05-24 4320
20  고려시대의 전주 운영자 08-19 3498
19  전주의 후백제시대 운영자 08-19 3401
18  전주의 백제시대 운영자 08-19 3267
17  전주의 선사시대 운영자 08-19 3314
16  전주시의 연혁 운영자 08-19 3270
15  떡전거리 운영자 08-14 2251
14  약전동(藥廛洞) 운영자 08-14 2209
13  남밖도가 운영자 08-14 2371
12  다리밟기 운영자 08-14 2759
11  남천교와 서천교의 개건비(改建碑) 운영자 08-14 2180
 1  2  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