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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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고, 보는 만큼 안다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01-10-07 (일) 23:19 조회 : 3125
지중해성 기후를 중심으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간다. 주말이면 승용차를 끌고 가까운 산과 들을 찾는 사람도 많다. 또, 외국 여행도 과거에 비해 많이 자유로워졌다. 기술 발달로 생산성이 높아져 소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점에 가면 많은 종류의 여행기가 팔리고 있다.
이와 같이 요즘 우리 사회는 나라 안으로든 나라 밖으로든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어떤 이는 시골을 돌면서 우리의 전통 문화를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어떤 이는 동남아 의 시골을 돌고 와서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원초적인 자연과 문화를 또 보고 싶다고 한다, 어떤 이는 유럽의 잘 다듬어진 오랜 문화를 느끼고 싶어한다. 많은 한국 사람은 만주를 거쳐 민족의 영산(靈山)이라는 백두산을 보고 싶어한다. 어떤 이는 뉴질랜드에 갔다 와서 천국 같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런 여행을 할 때, 사람들은 그 지역의 지리에 대해 미리 충분하게 연구하기는커녕 별로 조사하지도 않는 같다. 물론 지리 지식이 별로 없어도 직접 여행을 통해서 지역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를 보고 호기심과 흥미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다. 그렇게 갔다 온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리 많이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여행할 때 그 지역의 지리적 배경을 많이 알수록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도움 받을 수 있다. 한 미술가는 우리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 "아는 만큼 본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지리에도 딱 들어맞는다. 그 지역을 잘 알수록 큰 기쁨을 맛보고, 나아가 더 풍부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편견이 적은 삶을 사는 지혜를 찾을 수 있다, 성경의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라. "라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한다.
여행할 때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을 때 지리 지식이 있으면 그 지역의 사건을 더 잘 알 수 있다.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을 때에도 지리 지식이 있으면 작품을 더 잘 감상할 수 있다, 문학 지리학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문학을 비롯한 예술 작품의 경우 지리 배경을 아는 것이 그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또는 감상하는 데 필수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도 이와 관련된 글이 있다.
답사를 다니는 일은 길을 떠나 내력 있는 곳을 찾아가는 일이다. 찾아가서 인간이 살았던 삶의 흔적을 더듬으며 그 옛날의 영광과 상처를 되새기고, 나아가서 오늘의 나를 되물으면서 이웃을 생각하고 그 땅에 대한 사랑과 미움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런 답사를 올바로 가치 있게 하자면 그 땅의 성격, 즉 자연 지리를 알아야 하고, 그 땅의 역사, 즉 역사 지리를 알아야 하고,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 삶의 내용, 즉 인문 지리를 알아야 한다. 이런 바탕에서 이루어지는 답사는 곧 '문화 지리'라는 성격을 갖는다. 그런 뜻에서 이번에 1박2일 일정으로 찾아갈 충청 남도 서산의 가야산 유적지 답사는 자연· 인문 역사 지리의 기본 골격을 살피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이 책에는 지리 배경이 자주 나온다. 절의 위치를 풍수지리와 관련시키고 있는가 하면, 화가들의 색채도 그들이 태어나고 자랐던 고장의 흙빛에서 나온 예를 든다. "호남의 화가들이 풍경 속에 그리는 시뻘건 들판이 남도의 역사적 아픔과 한을 담아 낸 조형적 변형인 줄 알았는데, 여기 와 보니 그것 자체가 리얼리티였네요. 정말로 강렬한 빛깔이네요. " 나는 단호히 말한다. 남도의 봄빛을 보지 못한 자는 감히 색에 대하여 말하지 말라. '되다란' 기름기의 번쩍이는 물감을 아무런 정서적 거부감 없이 사용하면서 함부로 민족적 서정이니 향토색이니 논하지 말라. "
동남아와 아프리카 같은 데를 여러 차례에 걸쳐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이 있다. 그와 이야기하고 있는 한 지리 교사 아직 외국 여행을 가지 못한 채 '그 날이 오면'을 노래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외국 갔다 온 사람에게 어떠했느냐 묻는다, 그러면서 다음에 나갈 때에는 지리 교사하고 같이 가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은근하게 제안한다. 배낭 여행 전문가하고 같이 가면 좋은 점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직접 여행을 하지 않았어도 세계의 지도와 경관이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방콕 시내에 배가 많은 것은 과거에 바다였던 이 지역이 메남강이 운반한 흙모래로 메워진 지형이기 때문이라고 아는 체해 본다. 영화 보는 것도 지리를 알면 좋다고 하면서 '마농의 샘'은 지중해성 기후와 관계가 있다고 운을 뗀다.
밤에 가볍게 술 마시면서 진행되는 다음의 대화를 들 보자,

지리 교사 : 영화 '마농의 샘'은 지중해성 기후가 그 배경이지.
배낭 여행 : 지중해성 기후는 학교에서 많이 들었지만 잘 모르는데.
갑 : 올리브와 오렌지가 많이 나지 않아?
지리 교사 : 그래, 여름에 고온 건조할 때 나지. 겨울은 온난 습윤해서 밀이 자라고.
배낭 여행 : 그것은 내 머리 용량이 작아서 안 들어와.
(배낭 여행은 컴퓨터를 잘 다루고 또 관심이 많아 외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이런 말투로 표현한다. )
지리 교사 : 그래? 그럼 용량도 작은데 새로운 것을 넣지 말고I, 속에 이미 들어 있는 것을 다시 정리해 볼까. 적도 부근은 뜨겁지. 그럼 공기는 위로 올라가겠지?
배낭 여행 : 그래.
지리 교사 . 공기는 위로 올라가면서 기온이 낮아지므로 수증기가 방울로 되어, 즉 비가 되어 떨어지겠지?
배낭여행 그래.
지리 교사 : 위로 올라간 공기는 북쪽으로 가다가 중위도에서 내려와.
배낭 여행 : 남쪽으로는 안 가고?
지리 교사 : 남쪽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 그런데 공기가 올라갈 때 기온이 낮아지면서 비가 내린다 했지? 이제 공기가 내려오면 반대로 기온이 오르고 건조해지지 않을까?
배낭 여행 : 이상하다. 논리적으로는 그렇지만, 이해가 잘 안 되데…
지리 교사 : 푄 바람에 대해 들어 봤어? 봄에 알프스 산맥 북쪽을 넘어 내려가는 바람은 기온이 10도나 올라가. 눈이 녹아 라인 강 넘치기도 하지. 올라갈 때에는 단열 팽창, 내려을 때에는 단열 압축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야. 이와 같이, 적도 양쪽의 중위도는 내려오는 공기 때문에 뜨거워지면서 건조해지지. 사하라 사막은 일년 내내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생긴 거지
배낭 여행 : 그런데 지중해성 기후는?
지리 교사 : 여름에 태양이 북쪽으로 올라오면 적도 부근에서 공기가 상승하는 동서로 긴 띠가 북쪽으로 이동하겠지. 그러면 하강하는 띠도 북쪽으로 이동하겠지. 즉, 하강하면서 고온 건조해지는 띠가 지중해 연안까지 이동하는 거지. 얼마나 고온 건조한지 알아? 여름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달은 우리 나라 8월과 같아서 25도나 돼.
배낭 여행 : 더울 때에는 기온이 30도가 넘지 않는가?
지리 교사 : 평균 기온은 낮과 밤의 평균을 말하지. 그런데 우리 나라는 여름에 강수량이 수백mm나 되지만, 지중해 연안은 수십 m밖에 안 돼. 0 mm에 가까운 곳도 있고. 이러니 나무나 풀은 여름에 우리 나라 가을처럼 갈색으로 변해. 이 때, 자랄 수 있는 나무는 뿌리가 깊고 껍질은 두껍고 잎은 작고 단단한 오렌지나무나 올리브 종류뿐이고. 대신, 겨울은 따뜻하고 비가 왜 내려 푸른 계절이 되지, 가을에 씨앗 뿌리고 봄에 수확하니 추수가 아니라 춘수라고 해야겠지.
배낭 여행 : 겨울엔 왜 따뜻하고 비가 내리지?
지리 교사 : 자, 내가 그림을 그릴 테니 봐.
지도에서 '고' 지역은 공기가 내려오는 중위도 고압대야. 이 고기압은 큰 바다의 오른쪽에 발달하는데, 북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나가지. 중위도에서 고위도로 불어 나가는 바람은 연중 같은 서풍이니까 편(偏)서풍이라고 해. 그럼 대양의 동쪽, 즉 고위도 대륙? 안에는 어떤 기후 현상이 나타날까? 연중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 오니 습기가 있고 따뜻하겠지. 안개가 자주 끼고, 한 해에 180일이나 비가 내리지.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런던은 72일 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린 적이 있대. 영국 신사가 우산을 들고 다니는 이유를 알 수 있지. 영어로 아침에 'Good moming'.하고 인사하는 것도 이런 기후와 관계가 있대. 어때 좋은 기후인가?
을 : 아하, 그래서 여름이면 사람들이 지중해 연안으로 여행을 하는 구나. 파리의 개들이 굶어죽기도 한다며? 프랑스 헌법에 휴가가 한 달로 정해져 있는 것도 국민 건강과 관계가 있겠구먼.
배낭 여행 : 그럼 사하라 사막과 같은 사막 기후, 지중해성 기후, 해양성 기후의 짝이 같은 위도의 북아메리카 대륙의 서안에도 나타나겠네.
지리 교사 : 그래. 역시. 캘리포니아는 지중해성 기후이지만, 적도 쪽에는 사막이 있고, 고위도 쪽에는 서안 해양성 기후가 있지. 남반구도 마찬가지이고.
갑 : 그렇구나. 친구 어머니가 "캘리포니아가 좋기는 좋아. 캘리포니아에 있으면 신경통이 없어지는데. "라는 말을 이따금 하시는데, 그것은 기후 때문이네,
을 : 캘리포니아 선키스트(sunkist)라는 말은 지중해성 기후인 캘리포니아의 햇볕을 흠뻑 쬔 과일이라는 뜻이 있겠군. 우리 나라 유명 한 가수가 캘리포니아 건포도를 광고하고, 거기 오렌지가 많이 수입 되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아. 그런데 캘리포니아는 더운 여름에 비가 내리지 않는데, 어떻게 거기 국회 의원이 우리 나라 정부에 쌀을 사 가라고 로비를 벌일 수 있을까?
지리 교사 : 그것은 엄청난 규모로 관개를 하기 때문이야. 이 물비용은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하지. 여름에 기온이 높으니까 관개만 하면 벼는 잘 자랄 수 있어. 지중해 연안도 마찬가지이고. 지중해 연안의 관개 기술은 건조한 아랍 사람에게서 배웠지. 어때? 지리를 잘 알면 안 가 보고도 세계가 눈에 꽤나 보이지 않아? 같이 가면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어 ?
배낭 여행 전문가는 지중해성 기후에 대해 알겠다고 하면서 재미있어 한다. 지리 교사는 우리 나라와 세계 여러 곳을 가고 싶어한다. 지리 전공이 아닌 사람과 똑같이. 아니,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니까 더욱 흥미와 호기심을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리 교사에게 여행은 지역에 대한 이해를 풍부히 하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또 재미가 있다. 실제로 지리 지식은 상당 부분은 답사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시인 블레이크는 한 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지리에서는 넓은 고장을 통해 세계를 보고자 한다. 지리 교사는 일정한 지역을 바라본다. 거기에서 무언가 보고 느끼려고 한다. 지리 교사는 자연과 사람들과 역사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되고 싶어한다. 지리 교사는 그들의 처지가 되어 보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삶과 정서 속으로 들어가 보려고 한다. 피상적이긴 하나 조금이라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산과 들을 보며 그들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과거와 살아가는 방법이 어떻게 바뀌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과 대화하면, 그래서 이 지역에 대해 더 많은 정보클 갖게 되면 주민들의 삶을 잘 이해하면서 주민들에 대해 애정을 갖기가 쉬워 진다,
그리고 지역을 돌아보면서 이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필요한 자료를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을 실내 조사라고 말한다. 요즘 외국에 여행 가는 사람이 많은데, 외국어를 기초나마 익혀 놓으면 외국을 알고 여행을 즐기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여행하는 나라의 자연 환경과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형도를 비롯한 여러 지도, 지역과 관련된 자료를 미리 살펴보는 게 좋다 평소에 소설을 읽든 TV나 영화를 보든 지리에 대해 아는 바가 많으면 그것을 훨씬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데, 그것은 다시 지리의 시야와 지식을 넓혀 준다. 이를 통해 여행 때 많은 도움을 받을 누 있다.
앞의 이야기는 지리 교사와 같이 지리에 관심 있는 사람의 여행 방법이다.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이 똑같지는 않다. 직업에 따라, 취미에 따라, 철학에 따라 보는 시각과 여행 방법이 다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여행 방식이나 목적, 그리고 성격을 이해하는 것도 자기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보통 사람은 미술 작품에 새해 미술 전문가만큼 잘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더 알려고 노력하면 무언가 얻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지리에 대해서도 이와 똑같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는 시간과 공간, 즉 역사와 지리로 이루어져 있지 아니한가?
-교실밖 지리여행 중에서- [노웅희, 박병석 지음,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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